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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근필 작가입니다.
9월의 마지막 수요일입니다.
오늘은 낱말 하나를 가져왔습니다.
「호상(好喪)」입니다.
복을 누리고 오래 산 사람의 상(喪)을 이르는 말이지요.
저는 이 말을 두고 두 입장을 함께 갖고 있습니다.
남에게는 쓰지 말라고 하면서, 저는 씁니다.
오늘의 인사이트
같은 낱말도 누구의 입에서 나오느냐에 따라
상처가 되기도 하고, 고마움이 되기도 합니다.
「호상」이 그렇습니다.
남이 붙여 주면 슬픔을 깎고,
보낸 사람이 스스로 붙이면 감사가 됩니다.
남이 하면 안 되는 말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분께 「호상이네」라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나쁜 뜻은 아닙니다.
오래 잘 살다 갔으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는 마음이지요.
그런데 듣는 쪽에서는 그 말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습니다.
몇 살이었든, 보내는 사람에게 충분한 나이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 말만큼은 하지 마시라고 권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을 씁니다
제 고양이 솜이 이야기입니다.
터키시 앙고라였고, 아주 어릴 때부터 열일곱 해를 함께했습니다.
저는 솜이의 떠남을 호상이라고 부릅니다.
어릴 때 비뇨기 질환을 잠시 앓은 것 말고는
큰 병치레가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잘 키워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아이가 받은 몫이었겠지요.
그래서 이 말은 자랑이 아니라 고마움입니다.
그리고 제 것입니다.
남이 제게 대신 해 줄 수 있는 말이 아닙니다.
호상이라 부르면서도
그렇다고 질문이 끝난 건 아닙니다.
강좌에서 솜이 이야기를 읽으며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모르겠네요. 정말로 솜이는 행복했었는지 어떤 마음으로 17년 정도를 살다 갔는지」
스스로 호상이라 부르는 저도 이 물음은 지우지 못합니다.
호상이라는 말 안에도 물음표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남이 대신 마침표를 찍어 줄 수 없는 말입니다.
한 문장 요약
「호상」은 남이 내려 주는 판정이 아니라 보낸 사람이 스스로 붙이는 이름입니다.
박근필 작가의 수의사 이야기
진료실이 알려 준 기준
제가 솜이를 호상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진료실 덕분입니다.
동물병원에는 아픈 강아지, 고양이가 정말 많이 옵니다.
만성 심부전, 갑상선 질환처럼
오래 약을 먹으며 버티는 아이들입니다.
그 아이들을 보다 보면 알게 됩니다.
큰 병 없이 나이 드는 일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걸요.
그래서 제게 호상은 오래 살았다는 뜻이 아닙니다.
덜 아팠다는 뜻입니다.
다만 그 기준은 제 것일 뿐입니다.
다른 보호자의 이별에 들이댈 수 있는 자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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