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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근필 작가입니다. 8월의 세 번째 편지입니다.
투고하고 답이 없을 때 우리는 대개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 글이 별로였구나.'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려 합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사정 이야기입니다.
오늘의 인사이트
몇 분짜리 원고
지난 편지들에서 편집자가 무엇을 먼저 보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제목과 목차, 출간기획서라고 했지요.
오늘은 그 앞의 질문입니다. 편집자는 왜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가.
편집자의 하루는 대부분 이미 계약된 책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교정을 보고, 일정을 맞추고, 표지를 결정합니다. 투고 원고를 보는 건 그 틈새입니다.
짧게는 1~2분, 길어도 5분 남짓.
몇 달을 쓴 원고가 몇 분 안에 판가름 납니다. 억울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한 권에 걸린 돈
왜 그 몇 분이 그렇게 차가울까요.
출판사는 책 한 권에 보통 1,500만 원에서 2,000만 원을 씁니다. 그 돈을 회수하는 데 1년 이상 걸립니다. 1쇄는 1,000부에서 2,000부를 찍습니다. 2024년 한 해 우리나라에서 나온 신간이 64,306종입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2025 한국출판연감』 · 자세한 셈법은 제 다섯 번째 책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 안에서 내 책이 팔려야 합니다.
그러니 편집자가 원고를 까다롭게 보는 건 예술적 취향의 문제가 아닙니다. 생존의 문제입니다.
질문이 바뀝니다
이걸 알고 나면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 달라집니다.
'내 글이 좋은가'가 아니라 '이 책은 1,000부를 팔 수 있는가'입니다.
1,000부는 생각보다 구체적인 숫자입니다. 1,000명이 지갑을 열어야 합니다. 그 1,000명은 누구인가요? 무엇이 아쉬워서 이 책을 사나요? 그리고 어디서 이 책을 알게 되나요?
아직 원고가 없어도 오늘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그 1,000명 중 첫 한 명을 정하는 일입니다.
여러분의 원고는 지금 '잘 쓴 글'인가요, '팔릴 책'인가요?
한 문장 요약
출판사는 원고가 아니라 회수 가능성을 삽니다.
박근필 작가의 수의사 이야기
발주서 앞에서
병원에서 약을 들여올 때 저는 늘 망설였습니다. 좋은 약이라고 다 들여놓을 수는 없습니다. 약에는 유통기한이 있고, 안 쓰면 버려야 하니까요.
그래서 발주서 앞에서 하는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이건 우리 병원에서 실제로 쓰일까.'
약이 나빠서 안 들여놓는 게 아닙니다. 좋은 약인 걸 알면서도 우리 환자들과 맞지 않으면 못 들여놓습니다. 재고를 안고 있는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출판사도 재고를 안고 있는 사람입니다.
거절은 대개 "당신 글이 나쁘다"가 아닙니다. "우리 병원에서 안 쓰일 것 같다"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거절을 인격의 평가로 받아들이지는 마세요. 다만 '누가 살 것인가'를 정하지 않은 건 맞습니다. 어느 병원에서 쓰일 약인지는 만들 때부터 정해지니까요.
오늘 다룬 '출판사의 셈법'은, 저의 다섯 번째 책 <당신의 원고는 왜 계약되지 않는가>에 더 깊이 담았습니다.
그 외 소식
전자책과 워크북을 무료로 드립니다.
여러분의 책쓰기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저의 다섯 번째 책, <당신의 원고는 왜 계약되지 않는가>
7.28 정식 출간했습니다.
책쓰기가 어렵고 막막했던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꼭 독자에서 저자로 거듭나시길 바랍니다.
교보문고 링크.
독서와 글쓰기를 제대로 알고 싶으시다면 ,
<나는 매일 두 번 출근합니다>를 정독, 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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