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근필 작가입니다.
8월의 두 번째 편지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계약을 앞둔 분보다 아직 한 줄도 안 쓴 분에게 더 쓸모 있을지 모릅니다. 계약서는 원고를 다 쓴 뒤에 보는 문서가 아니라, 쓰기 전에 한 번 봐두는 문서니까요.
오늘의 인사이트
가장 기쁜 날, 가장 흐려지는 판단
투고 메일을 보내고 나면 저는 1주일을 봅니다. 그 안에 답이 없으면 나중에 오더라도 좋은 소식인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그러니 그 메일은 대개 갑자기 옵니다.
"출간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싶습니다."
출판 계약을 맺기 위해 계약서가 옵니다. 우리는 그날 계약서를 훑습니다. 훑는 게 문제가 아닙니다. 무엇을 봐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훑는 게 문제입니다.
그 종이가 앞으로 몇 년간 그 책과 나의 관계를 정합니다.
여러분은 계약서를 읽으실 건가요, 서명하실 건가요?
처음부터 읽지 마세요. 네 단어를 찾으세요
계약서는 짧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려다 중간에서 지칩니다. 그러니 네 단어와 숫자 두 개만 찾으세요.
저작권.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습니다. 출판사가 갖는 건 출판권입니다. 저작권을 넘기라고 적혀 있다면 고쳐 달라고 하셔야 합니다. 오디오북이나 영상 같은 2차 저작물 권리를 모두 넘기는 조항도 함께 보세요.
협의. "출판사는 필요 시 원고를 수정할 수 있다." 이 문장에 '협의' 두 글자가 들어 있는지 보세요. "저자와 협의하여 수정할 수 있다"로 바뀌는 순간, 그 두 글자가 내 책의 메시지를 지킵니다.
환원. 책이 절판됐는데 다시 낼 계획도 없다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세를 오래 지급하지 않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해지되면 출판권이 저자에게 환원된다고 적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원고가 다른 출판사로 갈 수 있습니다.
경업금지. 같은 책을 다른 출판사에서 내지 못하게 하는 조항입니다. 이 조항이 있다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닙니다. 봐야 할 건 두 가지, 범위와 기간입니다.
범위가 '같은 내용의 책'이 아니라 '비슷한 주제'까지 넓어져 있는지. 그리고 계약이 끝난 뒤에도 계속 묶어두는지.
책쓰기로 첫 책을 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분야로 강연하고 컨설팅하며 몇 년이 지납니다. 그런데 두 번째 책을 쓰려니 바로 그 전문성이 걸립니다.
전문성을 쌓을수록 활동 반경이 좁아지는 겁니다. 한 번의 서명이 몇 년 뒤의 나를 묶습니다.
물어봐도 문은 닫히지 않습니다
모르는 말은 물어보시고, 이상한 조항은 고쳐 달라고 하세요. 대부분의 출판사는 합리적인 수정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그 종이를 함께 읽는 일은 불신이 아니라 예의입니다.
끝내 고쳐주지 않는다면 그 조항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그때는 이 계약을 다시 생각해 보셔도 됩니다.
오늘 다룬 네 단어는, 저의 다섯 번째 책 <당신의 원고는 왜 계약되지 않는가>에 체크리스트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한 문장 요약
계약서는 처음부터 읽는 문서가 아니라, 찾는 문서입니다.
박근필 작가의 수의사 이야기
동의서에 서명하기 전에
수술 전에 보호자에게 동의서를 받습니다. 대부분은 펜을 들고 곧장 이름 쓸 자리를 찾습니다. 읽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입니다. 아이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뿐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서명을 잠시 미룹니다. 한 줄씩 소리 내어 짚습니다. 마취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수술 중에 계획이 바뀔 수 있는 경우는 어떤 경우인지, 그때 제가 어떻게 연락드릴지.
이걸 다 설명하면 보호자가 겁을 먹지 않을까 걱정한 적도 있습니다. 반대였습니다. 알고 서명한 보호자는 수술 뒤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설명을 못 들은 보호자만 나중에 묻습니다. "그런 얘긴 못 들었는데요."
서명은 마음을 맡기는 일입니다. 맡기기 전에 무엇을 맡기는지는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묻기 전에 먼저 설명해주는 곳인지도 보세요. 설명을 귀찮아한다면, 그것도 하나의 정보입니다.
그 외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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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의 책쓰기에 도움이 되실 겁니다.
저의 다섯 번째 책, <당신의 원고는 왜 계약되지 않는가>
7.28 정식 출간했습니다.
책쓰기가 어렵고 막막했던 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꼭 독자에서 저자로 거듭나시길 바랍니다.
교보문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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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박근필의 피플인사이트> 인터뷰이는 영진 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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